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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클볼이란? 너클커브와의 차이, KBO 너클볼러 노경은, 피어밴드

by 리듬을즐기는표범 2026.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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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공이 어떻게 저렇게 움직여?"

 

야구 중계를 보다 보면 공이 흔들흔들 춤을 추듯 날아가는 장면을 볼 때가 있다. 직구도 아니고, 슬라이더도 아니고, 커브도 아니다. 공이 마치 나비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홈플레이트로 들어온다. 타자가 헛스윙을 하고, 포수도 공을 놓친다. 던진 투수조차 어디로 갈지 모르는 공. 이것이 바로 너클볼(Knuckleball)이다.

 

이현세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주인공 오혜성과 함께하는 투수 조상구는 손가락을 잘라야만 던질 수 있는 마구를 구사한다. 만화적 과장이지만, 너클볼이 얼마나 독특하고 무서운 공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최근에는 SSG 랜더스의 노경은이 너클볼을 실전에서 구사하면서, 너클볼이 뭔지 궁금해하는 팬들이 급격히 늘었다.

 

그런데 중계를 보다 보면 "너클커브"라는 단어도 들린다. 너클볼과 너클커브는 같은 건가? 전혀 다른 공이다. 이름만 비슷할 뿐 그립도, 원리도, 궤적도 완전히 다르다. 오늘 너클볼과 너클커브의 모든 것을 정리한다.

 

메이저리그 RA 디키의 무회전 너클볼 마구 궤적 움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 투수도 포수도 타자도 모른다

 

너클볼의 궤적을 감상해보시라. 그리고 공이 회전하지 않는다. 이것을 보면 '빠른공만이 마구가 아니다.' 라는 느낌이 저절로 나온다. 너클볼에 대해서 알아보자. 

 

 

 

마구 너클볼(Knuckleball)이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무회전의 과학

너클볼은 공의 회전을 최소화해서 던지는 구질이다. 일반적인 변화구(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는 공에 회전을 걸어 마그누스 효과로 궤적을 변화시킨다. 하지만 너클볼은 정반대다. 회전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공기 저항이 불규칙하게 작용하면서 공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너클볼의 과학적 원리

야구공에는 108개의 실밥(솔기)이 있다. 일반 변화구는 공이 빠르게 회전하면서 실밥이 만드는 공기 저항이 일정한 방향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휜다.

 

너클볼 원리 인포그래픽
너클볼을 던지는 방법과 원리

 

하지만 너클볼은 회전이 거의 없다. 공이 홈플레이트까지 날아가는 동안 1~2회전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 이때 실밥의 위치에 따라 공기 저항이 불규칙하게, 매 순간 다르게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공이 위아래, 좌우로 예측 불가능하게 흔들린다.

 

일반적인 변화구는 공의 회전력으로 양방향의 기압 차를 만드는 '마그누스 효과(Magnus 효과)'를 이용하지만, 무회전인 너클볼은 공 뒤편에 불규칙한 소용돌이가 생기는 '카르만 와류(Karman Vortex)' 현상 때문에 춤을 추듯 흔들리게 된다.

 

그래서 너클볼에는 이런 격언이 있다. "너클볼을 잡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이 멈출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포수도 못 잡는 공이다.

 

너클볼 그립: 손가락 끝(너클)으로 잡는다

야구 너클볼 잡는 법 정통 그립 손가락 위치
너클볼의 정통적인 잡는 방식 (손가락 끝으로 지탱)

 

"너클(Knuckle)"은 영어로 손가락 관절(마디)이라는 뜻이다. 너클볼은 손가락 끝이나 손톱 부분으로 공을 잡고 밀어내듯 던진다. 일반 투구처럼 손가락으로 공을 감아 회전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공에 회전을 주지 않도록 밀어낸다.

 

사진에는 손가락 3개로 공을 밀어내듯이 잡고 있는데, 선수마다 잡는 그립방식이 다르다. 2개의 손가락으로 하는 선수들도 많다. 어찌되었건 손가락의 힘이 굉장히 많이 필요한 구질이다.

 

그래서 너클볼러들은 손톱 관리에 집착한다. MLB의 R.A. 디키는 등판 전 네일 아트 숍에서 손톱 관리를 받고 온 적이 있다. 손톱이 갈라지거나 약해지면 너클볼을 제대로 던질 수 없기 때문이다. 로버트앨런 디키의 공이 가장 처음에 나오는 움짤의 주인공이다. 공의 궤적이 경이로울 정도이다.

항목 너클볼
그립 손가락 끝(손톱)으로 공을 잡고 밀어내듯 던짐
회전 거의 무회전 (1~2회전/18.44m)
속도 약 100~130km/h (느린 편)
변화 불규칙 (투수 본인도 예측 불가)
팔 부담 매우 낮음 (40대까지 현역 가능)

 

너클볼의 가장 큰 장점은 팔에 부담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회전을 주지 않기 때문에 팔꿈치와 어깨에 가해지는 스트레스가 적다. 그래서 너클볼러들은 다른 투수보다 훨씬 오래 현역 생활을 한다. MLB의 필 니크로는 48세까지, 팀 웨이크필드는 44세까지 뛰었다.

 

 

너클커브(Knuckle Curve)란? 너클볼과 완전히 다른 변화구 원리

야구 중계를 보다 보면 "너클커브"라는 단어가 나올 때가 있다. 너클볼과 비슷한 건가? 전혀 아니다. 이름에 "너클"이 들어가서 혼동하기 쉽지만, 원리부터 궤적까지 완전히 다른 구질이다.

 

너클커브의 원리와 그립

야구 변화구 너클커브 그립 검지 구부려 잡는 법
너클볼과의 잡는 방법이 조금은 다르다.

 

너클커브는 너클볼 그립으로 잡되, 커브처럼 손목을 비틀어 회전을 주는 공이다. 즉 그립은 너클볼에서 가져왔지만, 던지는 방식은 커브와 같다.

 

일반 커브는 중지와 약지로 공을 감아 위에서 아래로 회전을 준다. 너클커브는 검지를 구부려 너클(마디)로 공 위에 대고 나머지 손가락으로 공을 잡은 뒤, 커브처럼 회전을 준다. 검지가 구부러져 있기 때문에 공에 걸리는 느낌이 달라지면서 더 급격한 낙차가 발생한다.

 

너클볼 vs 너클커브: 핵심 차이 한 번에 정리

항목 너클볼 너클커브
회전 거의 무회전 강한 탑스핀 회전
변화 방향 불규칙 (어디로 갈지 모름) 위→아래 급격한 낙차
속도 약 100~130km/h 약 110~140km/h
그립 손가락 끝(손톱)으로 밀어냄 검지 마디 + 커브 회전
예측 가능성 투수도 예측 불가 투수가 컨트롤 가능
포수 난이도 극히 어려움 (전담 포수 필요) 일반 변화구 수준

 

핵심 차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너클볼은 "회전을 없애서"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공이고, 너클커브는 "너클 그립으로 잡고 회전을 줘서" 급격히 떨어지는 공이다. 이름만 비슷할 뿐 완전히 다른 구질이니 혼동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너클커브는 너클볼에 비교해서 던질 수 있는 선수가 굉장히 많다.

 

KBO 리그 역대 너클볼 투수 계보: 노경은과 옥스프링의 사제지간

SSG 노경은 너클볼 그립을 쥔 모습
국내 유일의 실전 너클볼러, SSG 랜더스 노경은

 

 

KBO 리그에는 MLB의 필 니크로나 팀 웨이크필드처럼 너클볼 하나만 던지는 "원피치 너클볼러"는 존재한 적이 없다. 대신 너클볼을 변화구 레퍼토리 중 하나로 섞어 던지는 투수들이 있었다.

 

KBO 너클볼 투수 계보

시대 선수 구단 비고
1982 박철순 OB 베어스 간혹 너클볼 구사
2000년대 크리스 옥스프링 LG → 롯데 → KT KT에서 비중 증가, 노경은의 너클볼 스승
2010년대 라이언 피어밴드 KT KT에서 주력 구종으로 활용
2010년대 채병용 SK 와이번스 너클볼 섞어 던짐
2019~현재 노경은 두산 → 롯데 → SSG 국내 유일 실전 너클볼러

 

KT 위즈 외국인 투수 라이언 피어밴드 너클볼 움짤
KBO 역사상 가장 적극적으로 너클볼을 구사했던 피어밴드

 

라이언 피어밴드는 kt 위즈 출신의 외국인선수로 우리나라 KBO리그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너클볼을 구사한 선수이다. 다른 선수들은 주력으로 결정구에 사용하기보다는 맛보기, 보여주기식, 속임수 공으로 사용했지만 피어밴드는 달랐다. 한때는 구사비율이 21.9%에 육박할 정도로 굉장히 자주 사용하였다.

 

피어밴드를 통해 너클볼이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KBO에서 너클볼하면 다른선수들을 떠올릴 수 있지만 피어밴드 역시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선수이다. 국내리그에서 넥센 히어로즈와 kt위즈에서 4개 시즌 동안 뛰면서 36승 42패 방어율 4.14를 기록했다.

 

노경은: 옥스프링에게 너클볼을 전수받다

롯데 자이언츠 시절 크리스 옥스프링 너클볼 투구 움짤
노경은에게 호주에서 너클볼을 전수해 준 스승 옥스프링

 

롯데 자이언츠 팬들에게는 옥춘이로 알려진 옥스프링은 노경은이 롱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너클볼의 스승이다.

노경은과 너클볼의 인연은 2019년 호주에서 시작됐다. 당시 질롱 코리아로 차출되어 호주 프로야구 리그에서 활동하던 노경은은, 시드니 블루삭스의 투수코치로 있던 크리스 옥스프링에게 너클볼을 전수받았다.

 

옥스프링은 KBO에서 LG, 롯데, KT를 거치며 한국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외국인 투수였다. 은퇴 후 코치로 전환한 옥스프링이 노경은에게 너클볼을 가르쳤고, 노경은은 이를 KBO 실전에서 구사하기 시작했다. KBO 역사상 국내 선수 중 실전에서 너클볼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유일한 투수가 된 것이다.

 

노경은의 너클볼이 특별한 이유는 다른 구질과 섞어 던진다는 점이다. 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정통 구질에 너클볼까지 더하면 타자 입장에서는 타이밍을 잡을 수 없다. 130~140km대 직구를 예상하다가 100km대 너클볼이 흔들흔들 날아오면 타자의 배팅 타이밍이 완전히 무너진다.

 

SSG 팬으로서 노경은의 너클볼이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펄럭이는 모습은 늘 기대가 되는 장면이다. 2026 WBC에서도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너클볼로 세계 무대를 놀라게 했다.

 

채병용: 인천에서 너클볼을 던진 또 다른 투수

SK 와이번스 채병용 투수의 너클볼 궤적 슬로우 모션
인천 야구의 레전드 채병용도 너클볼을 무기로 삼았다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활약했던 마무리 투수 채병용도 너클볼을 섞어 던진 투수 중 하나다. 채병용은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인대가 30%밖에 남지 않은 팔로 마운드에 오른 투혼의 투수로 유명한데, 그의 레퍼토리에 너클볼이 포함되어 있었다. 인천에서 너클볼을 던진 투수가 노경은 혼자가 아닌 것이다.

 

너클볼의 치명적 단점: 왜 너클볼러가 드문가

너클볼이 이렇게 좋은 공이면 모든 투수가 던지면 되지 않나?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① 재현성이 극히 낮다. 너클볼은 투수 본인도 어디로 갈지 모르는 공이다. 완벽한 너클볼은 타자가 절대 칠 수 없는 마구지만, 그런 공은 "운이 좋아야" 나온다. 회전이 조금이라도 걸리면 그냥 느린 직구가 되어 홈런을 맞는다.

 

② 포수가 잡기 극히 어렵다. 투수도 모르는데 포수가 어떻게 잡겠는가. 너클볼러에게는 전담 포수가 필요하다. 과거 옥스프링이 롯데와 KT에서 너클볼을 던질 때도 장성우 같은 리그 최고 수준의 포수들이 전담하여 고생했을 정도다. 노경은 역시 실전에서 너클볼을 섞어 던질 때 포수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완벽한 제구를 잡느라 피나는 노력을 했다고 한다.

 

③ 다른 구질과 양립이 어렵다. 너클볼을 완벽하게 구사하려면 일반 투구와는 완전히 다른 감각을 익혀야 한다. 너클볼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구질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너클볼을 가르치는 데는 10분, 배우는 데는 평생"이라는 격언이 있다.

 

 

공포의 외인구단: 만화 속 너클볼의 이미지

이현세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조상구 투수 이미지
손가락을 잘라야 던질 수 있는 공? 만화 속 너클볼의 이미지

 

 

한국에서 너클볼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이현세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이다. 팀 유일의 투수 조상구는 손가락을 잘라야만 던질 수 있는 마구를 구사한다. 만화적 과장이지만, "손가락 끝으로 공을 밀어내는" 너클볼의 특성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1980년대 한국 야구 붐의 중심에 있었던 이 만화는 너클볼이라는 구질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작품이다. 지금도 "너클볼"이라고 하면 "아,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나오는 그 공?"이라고 반응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다.

 

너클볼·너클커브 자주 묻는 질문 (Q&A)

Q1. 너클볼은 왜 어디로 튈지 모르나요?

공의 회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무회전 상태에서 야구공 실밥(108개)의 위치에 따라 공기 저항이 매 순간 다르게 작용하면서 불규칙하게 움직인다.

 

Q2. 너클볼과 너클커브는 같은 건가요?

완전히 다른 구질이다. 너클볼은 무회전 구질이고, 너클커브는 너클 그립으로 잡되 강한 회전을 줘서 급격히 떨어지는 커브 계열의 변화구다. 이름만 비슷할 뿐 원리, 궤적, 속도 모두 다르다.

 

Q3. KBO에서 너클볼을 던지는 선수는 누구인가요?

현재 KBO에서 실전에 너클볼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국내 선수는 SSG 랜더스의 노경은이 유일하다. 2019년 호주에서 옥스프링에게 전수받았다.

 

Q4. 포수도 너클볼을 못 잡나요?

매우 어렵다. 투수도 모르는 궤적을 포수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클볼러에게는 전담 포수가 필요하다. 노경은의 롯데 시절 전담 포수는 장성우였다.

 

Q5.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조상구가 던진 공이 너클볼인가요?

만화에서는 "손가락을 잘라야 던질 수 있는 마구"로 표현했다. 실제 너클볼은 손가락을 자르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 끝(손톱)으로 공을 밀어내는 방식이지만, 만화적 과장으로 너클볼의 독특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마치며: 야구에서 가장 신비로운 공

너클볼은 야구에서 가장 신비로운 공이다. 던진 사람도, 잡는 사람도, 치는 사람도 어디로 갈지 모른다. 그래서 매번 다른 결과가 나온다. 어떤 날은 타자를 농락하는 마구가 되고, 어떤 날은 홈런을 맞는 멍석이 된다.

 

다음에 SSG 랜더스 경기에서 노경은이 등판하면, 그가 던지는 너클볼에 주목해보시길. 공이 흔들흔들 춤을 추듯 홈플레이트로 들어오는 순간, "아, 저게 너클볼이구나" 하고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너클커브가 중계에서 나오면 "저건 너클볼이 아니라 너클커브야"라고 옆 사람에게 설명해주시길.

 

야구에서 가장 느리지만, 가장 치기 어려운 공. 그게 너클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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