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에 집어넣어! 왜 안 집어넣어!"
야구장에서 흔히 들리는 외침이다. 투수가 볼을 던지면 팬들이 답답해하며 소리친다. 맞다. 야구에서 스트라이크는 네모 안에 집어넣는 것이다. 그런데 그 "네모"는 어디서 오는 걸까?

TV 중계를 보면 타자 앞에 사각형 박스가 그려져 있다. 그 안에 공이 들어오면 스트라이크, 밖으로 나가면 볼. 간단해 보인다. 그런데 야린이들이 궁금해하는 게 있다. "사람마다 키가 다른데 그럼 그 네모도 다 다른 거 아냐?"
맞다. 스트라이크존은 타자마다 다르다. 키가 작을수록 네모가 작아지고, 키가 클수록 네모가 커진다. 2024년 KBO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시대를 맞아, 스트라이크존의 기준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한 번에 정리한다.

야구 스트라이크존의 정의: 왜 타자마다 크기가 다를까?
스트라이크존은 타자 앞에 존재하는 가상의 사각형이다. 실제로 선이 그어져 있는 게 아니다. TV 중계에서 보이는 네모 박스는 시청자를 위해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려놓은 것이다. 심판(또는 ABS)은 이 가상의 사각형 안으로 공이 들어왔는지를 판단해 스트라이크와 볼을 구분한다.
이 네모의 기준은 좌우는 홈플레이트가, 상하는 타자의 신체가 결정한다. 그래서 타자마다 스트라이크존의 크기가 달라진다.
2025-2026 KBO ABS 스트라이크존 규정: 상하 좌우 cm 기준

2024년 KBO 리그가 세계 프로야구 최초로 1군에 ABS를 도입하면서 스트라이크존의 기준이 아주 정밀하게 수치화됐다.
좌우 기준: 홈플레이트 + 2cm
좌우 기준은 모든 타자에게 동일하다. 키에 상관없이 똑같다.
홈플레이트의 폭은 43.18cm(17인치)다. 여기에 좌우 각 2cm씩 확대 적용해서 총 47.18cm가 좌우 스트라이크존이 된다. KBO는 "기존 심판 판정을 최대한 구현하고 선수단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확대했다"고 밝혔다.
상하 기준: 타자 키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서 핵심이다. 상하 기준은 타자의 신장(키)에 비례한다.
| 기준 | 2024년 (도입 첫해) | 2025년~ (현행) |
|---|---|---|
| 상단 (높이 상한) | 신장의 56.35% | 신장의 55.75% |
| 하단 (높이 하한) | 신장의 27.64% | 신장의 27.04% |
| 좌우 | 47.18cm | 47.18cm (동일) |
2024년 도입 첫해에는 상단 56.35%, 하단 27.64%였다. 그런데 시즌 중 "존이 너무 높다, 하이볼(높게 들어오는 공)에 관대하다"는 현장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KBO는 2025 시즌부터 상단과 하단을 각각 0.6%p씩 하향 조정했다. 존의 크기 자체는 동일하되 전체가 아래로 약 1cm(180cm 기준) 이동한 셈이다.
중간면과 끝면: 2번 통과해야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존은 3D 입체 구조다. 홈플레이트의 앞면(중간면)과 뒷면(끝면)을 모두 통과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된다. 끝면은 중간면보다 하단 기준을 1.5cm 낮춰 적용한다.
왜 이렇게 했을까? 투수가 던진 공은 홈플레이트 앞을 지나면서 중력에 의해 떨어진다. 앞에서는 스트라이크존 안에 있던 공이 뒤쪽에서는 존 아래로 내려가는 경우가 있다. 이를 반영해 끝면 기준을 약간 낮춘 것이다. 극단적인 변화구(프론트도어, 백도어)가 부당하게 스트라이크로 판정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실전 비교: 키 165cm와 190cm 타자의 스트라이크존 면적 차이

사진은 김지찬과 구자욱의 예시이다. 하지만 우리는 SSG랜더스를 좋아하니 비슷한 키의 선수들로 비교를 해보겠다.
SSG 랜더스는 정준재(165cm)가 타석에 섰을 때와 한유섬(190cm)이 타석에 섰을 때, 스트라이크존이 얼마나 다를까? 2025년 기준(상단 55.75%, 하단 27.04%)으로 직접 계산해본다.
| 항목 | 정준재 (165cm) | 한유섬 (190cm) | 차이 |
|---|---|---|---|
| 상단 (55.75%) | 92.0cm | 105.9cm | +13.9cm |
| 하단 (27.04%) | 44.6cm | 51.4cm | +6.8cm |
| 존 높이 | 47.4cm | 54.5cm | +7.1cm |
| 좌우 폭 | 47.18cm | 47.18cm | 동일 |
| 면적 | 약 2,236cm² | 약 2,571cm² | 약 335cm² (15% 차이) |
놀라운 차이다. 한유섬의 스트라이크존이 정준재보다 약 335cm², 약 15% 더 넓다. 존의 높이만 봐도 7.1cm 차이가 난다. 이게 투수에게는 엄청난 차이다.
결론적으로 키가 작은 타자는 존이 좁아서 투수가 더 정밀하게 던져야 한다. 키가 큰 타자는 존이 넓어서 투수가 상대적으로 공을 넣기 쉽다. 이건 키 작은 타자가 가진 유일한 이점이기도 하다.
야구 역사상 가장 황당한 사건: 키 109cm 타자와 스트라이크존의 허점

스트라이크존이 키에 비례한다는 규칙을 역사상 가장 극단적으로 이용한 사건이 있다.
1951년 8월 19일. MLB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
구단주 빌 비크는 더블헤더 2차전 1회말, 대타로 에디 게델(Eddie Gaedel)이라는 선수를 타석에 내보냈다. 등번호 1/8번. 키 109cm(3피트 7인치). MLB 역사상 가장 작은 타자였다.
에디 게델의 스트라이크존은 허리부터 무릎까지 고작 몇 인치에 불과했다. 투수가 그 좁은 네모에 공을 넣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예상대로 4구 만에 볼넷으로 출루. 에디 게델은 대주자로 교체되어 덕아웃으로 돌아갔고, 이것이 그의 MLB 유일한 타석이었다.
다음 날 MLB 커미셔너 포드 프릭은 즉각 에디 게델의 선수 계약을 무효화했다. 그리고 "야구 선수로서의 자격이 없는 사람을 단 한 번의 타석에만 내보내는 꼼수를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키 작은 사람의 출전을 금지한 게 아니라, 야구 선수가 아닌 사람을 흥행용으로 내보내는 행위를 막은 것이다.
이 에피소드는 "스트라이크존이 키에 비례한다"는 규칙이 얼마나 극단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야구 역사의 전설적 사건이다.
ABS 도입 전과 후: 무엇이 달라졌나
ABS 도입 전: 심판의 눈이 곧 스트라이크존
과거에는 심판의 판단이 곧 스트라이크존이었다. 야구 규칙서에는 "어깨에서 무릎 사이"라고 적혀 있지만, 실제로는 심판마다 존이 달랐다. 어떤 심판은 높은 공에 관대하고, 어떤 심판은 바깥쪽에 넓었다. 선수들은 "오늘 심판은 존이 넓다" "오늘은 존이 좁다"며 매 경기 적응해야 했다.

2023 시즌 KBO 리그 주심의 스트라이크·볼 판정 정확도는 91.3%였다. 약 8.7%는 오심이었다는 뜻이다. 특히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왔는데 볼로 판정된 투구"가 전체의 4.2%에 달했다.
ABS 도입 후: 모든 경기, 모든 구장에서 동일한 스트라이크존
2024년부터 KBO가 세계 프로야구 최초로 ABS를 1군에 도입했다. 야구장에 설치된 3대의 트래킹 카메라(내야 1루, 3루 각 1대 + 외야 전광판 1대)가 투구 궤적을 추적하고, 컴퓨터가 스트라이크/볼을 판정해 주심의 무선 이어폰으로 결과를 전달한다.
이제 "오늘 심판 존이 어떤가?"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잠실이든 인천이든 대구든, 모든 구장에서 동일한 기준의 스트라이크존이 적용된다. 판정 정확도는 95~96% 수준으로 올라갔다.
스트라이크존 자주 묻는 질문 (Q&A)
Q1. 스트라이크존은 타자마다 다른가요?
좌우는 동일(47.18cm)하지만, 상하는 타자의 키에 따라 달라진다. 키가 큰 타자일수록 존이 넓고, 작을수록 좁다.
Q2. ABS 스트라이크존의 정확한 기준은?
2025년 기준으로 상단은 타자 신장의 55.75%, 하단은 27.04%다. 좌우는 홈플레이트 43.18cm에 양쪽 2cm씩 확대한 47.18cm다. 중간면과 끝면 모두를 통과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된다.
Q3. ABS는 언제, 어디서 처음 도입됐나요?
2024년 KBO 리그가 세계 프로야구 최초로 1군에 ABS를 정식 도입했다. MLB는 아직 마이너리그에서 테스트 중이다.
Q4. 키 작은 타자가 유리한 이유는?
스트라이크존이 좁기 때문이다. 투수가 좁은 존에 정확히 공을 넣기 어려워서 볼넷을 얻기 쉽다. 에디 게델(109cm)이 4구 만에 출루한 건 이 원리의 극단적 사례다.
Q5. ABS 판정에 항의할 수 있나요?
할 수 없다. ABS 판정 결과는 최종적이며 이의 제기가 불가능하다. 항의하면 퇴장 및 추가 제재가 가능하다.
마치며: 네모를 알면 야구가 보인다
"네모에 집어넣어!" 이 한마디에 야구의 핵심이 담겨 있다.
투수는 보이지 않는 네모에 공을 집어넣어야 하고, 타자는 그 네모를 지나가는 공을 쳐야 한다. 그 네모의 크기는 타자마다 다르고, ABS 시대가 되면서 밀리미터 단위까지 정밀하게 측정된다.
다음에 SSG 랜더스 경기를 볼 때, 정준재가 타석에 서면 "아, 존이 좁겠다", 한유섬이 타석에 서면 "아, 존이 넓겠다" 하며 보시길. 그 차이가 335cm², 약 15%라는 걸 알고 보면 야구가 훨씬 재미있어진다.
스트라이크존을 알면 야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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