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봤다. 포수가 주자를 태그해서 아웃시켰다. 주자가 홈플레이트를 터치하기 전에 포수가 먼저 태그했다. 그런데 판정은 "득점 인정"이다. 아웃인데 왜 점수가 들어가는 거지?
야구를 보다 보면 이런 황당한 장면이 나온다. 분명히 타이밍상 아웃인데 심판이 세이프를 선언하거나, 비디오 판독 후 득점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이유는 포수가 주자의 진로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홈충돌 방지 규칙, 일명 '버스터 포지 룰(Buster Posey Rule)'이다. 누군가가 심하게 다치면서 만들어진 이 규칙의 역사와 내용, 그리고 야구에서 가장 위험했던 홈플레이트 충돌 에피소드들을 정리한다.

위의 이미지 역시 SK와이번스 시절 이재원 포수가 홈으로 가는 주자의 진로를 방해하면서, 타이밍상 아웃이지만, 심판의 재량으로 홈충돌방지법에 의하여 세이프로 판정이 번복된 장면이다.
홈충돌 방지 규칙이란: 포수가 길을 막으면 안 되는 이유

예전에는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올 때, 포수가 홈플레이트 앞에 떡 버티고 서서 주자를 막는 것이 당연한 플레이였다. 주자는 포수를 뚫기 위해 어깨로 들이받거나 몸을 부딪히며 홈으로 들어왔다. 포수는 중무장(마스크, 가슴 보호대, 정강이 보호대)을 하고 있고, 주자는 헬멧 하나에 전력 질주 상태다. 이 둘이 정면으로 충돌하면 심각한 부상이 불가피하다.
홈충돌 방지 규칙의 핵심은 간단하다.
| 대상 | 금지 행위 | 위반 시 결과 |
|---|---|---|
| 포수 | 공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자의 진로를 막는 행위 | 주자 득점 인정 (태그아웃 무효) |
| 주자 | 슬라이딩 없이 포수에게 의도적으로 몸을 부딪히는 행위 | 주자 아웃 |
그래서 "포수가 먼저 태그했는데 득점이 인정된다"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포수가 공을 받기 전에 홈플레이트로 가는 주자의 길을 막고 있었다면, 태그 타이밍과 상관없이 주자의 진로방해로 판정되어 득점이 인정된다.
포수가 길을 막아도 되는 경우(예외규정)
그렇다면 포수는 절대 홈을 막을 수 없는 걸까? 아니다. 예외 상황이 있다.
① 공을 완전히 소유한 상태에서는 홈플레이트를 막을 수 있다. 다만 무릎, 정강이 보호대, 팔꿈치 등 단단한 부위로 불필요하게 주자를 가로막는 것은 금지다.
② 송구를 받기 위해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과정에서 홈플레이트를 막게 된 경우는 정당한 플레이로 인정된다. 투수나 내야수가 가까운 거리에서 던진 공을 받으려면 포수가 홈 앞으로 나올 수밖에 없으니까.
③ 주자가 아직 홈에서 먼 거리에 있는 경우, 포수가 공 없이 홈을 막고 있어도 방해로 간주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전에서 이 경계선이 매우 모호하다. 그래서 KBO 비디오판독센터에서 홈충돌 판독은 번복률이 가장 높다. 2020년 시즌 이후 홈충돌 판독 13건 중 6건이 번복됐을 정도다.
홈충돌 방지법의 유래: 메이저리그 '버스터 포지 룰' 탄생 배경

2011년 5월 25일.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현 오라클 파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대 플로리다 말린스. 12회 초 6-6 동점. 1사 1·3루. 짧은 우익수 플라이가 나왔고, 3루 주자 스캇 커진스가 태그업 후 홈으로 전력 질주했다.
자이언츠의 포수 버스터 포지는 송구를 받으려고 홈플레이트 앞쪽으로 나갔다. 하지만 공을 완전히 잡기도 전에 커진스가 돌진했다. 충돌. 포지의 왼쪽 발목이 부러지고 인대가 손상됐다. 시즌아웃.
포지는 전년도 신인상 수상자이자 2010년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이었다. MLB의 미래를 이끌 스타 포수가 홈 충돌 한 번에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샌프란시스코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해 커진스와 그의 가족에게 살해 협박 편지가 보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야구계의 반응은 갈렸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포수 중 하나인 자니 벤치는 이렇게 말했다. "포지가 자리를 잘못 잡았다. 홈플레이트 앞에 버티고 서 있는 것은 4차선 고속도로 한가운데에 고장난 차를 세워두는 것과 마찬가지다."
2년간의 격론 끝에 2013년 윈터미팅에서 홈충돌 방지 규칙이 통과됐고, 2014년 시즌부터 MLB에 정식 적용됐다. 이 규칙을 비공식적으로 "버스터 포지 룰(Buster Posey Rule)"이라 부르는 이유다.
다행히 포지는 2012년 복귀에 성공했다. 복귀 첫해에 타율 .336으로 내셔널리그 타격왕, 리그 MVP, 올해의 재기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역대급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이 부상이 없었다면 포지의 커리어가 얼마나 더 위대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역사 속 홈플레이트 충돌 에피소드
1970년 올스타전: 피트 로즈 vs 레이 포시 충돌


홈플레이트 충돌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사건이 있다. 1970년 MLB 올스타전 12회말.
내셔널리그의 피트 로즈가 3루에서 홈으로 전력 질주하면서 아메리칸리그 포수 레이 포시를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포시는 어깨가 부러지면서 선수 커리어에 치명타를 입었다. 풀타임 첫해에 올스타에 선정될 정도로 유망한 선수였지만, 이 부상 이후 예전의 기량을 되찾지 못했다.
당시에는 이런 충돌이 "야구의 일부"로 여겨졌다. 포수가 홈을 막는 것도, 주자가 포수를 들이받는 것도 당연한 플레이였다. 그래서 40년이 넘도록 이 문제는 방치됐다.
영화에서도 볼 수 있었던 장면: 포수를 뛰어넘는 주자
예전 야구 영화나 만화에서는 홈플레이트를 막고 있는 포수를 점프로 뛰어넘어서 세이프를 만드는 장면이 종종 나왔다. 그만큼 포수가 홈을 완전히 틀어막는 것이 일상적이었고, 주자는 몸싸움을 하든 뛰어넘든 어떻게든 홈에 들어가야 했다.

그래서 위에 움짤 같은 장면이 나왔다. 크리스 코글란이 포수를 뛰어넘는 장면이다. 영화나 만화에서 볼 듯 한 장면이 현실화 된 장면이다. 매우 기이하면서 신기하고 재미있는 장면이다. 공교롭게도 크리스 코글란은 우리나라 팬들에게 강정호를 슬라이딩으로 부상을 입힌 선수로 잘 알려져있는 선수이다.
이 장면과 별개로 충돌 방지 규칙이 도입된 이후, 포수는 공을 받기 전까지 홈을 막을 수 없고, 주자도 포수에게 의도적으로 충돌할 수 없다. 야구의 낭만이 사라졌다고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선수의 안전이 먼저다.
움짤의 저 장면은 허영만 만화의 태풍 스트라이크에도 나오고, 내 기억으로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영화 '더팬', '메이저리그'에서 역전할 때 들어오는 슬라이딩 장면이었던 것 같다. 포수가 주루방해를 해서 진로방해하는데 정상플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영화가 다른 영화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 보셨다면 알려주시길!
KBO 리그의 홈충돌 방지 규칙 도입과 비디오 판독
MLB가 2014년에 도입한 홈충돌 방지 규칙을 KBO는 2016년 시즌부터 적용했다.

한국 야구에서는 원래 MLB만큼 극단적인 홈 충돌이 많지는 않았다. "동업자 정신"이라는 이름으로 주자가 포수를 피해가는 것이 한국 야구의 암묵적 관행이었다. 그래도 가끔 충돌이 발생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었고, MLB의 규칙 변경에 발맞춰 KBO도 도입을 결정한 것이다.
KBO에서는 홈충돌 규칙 위반 여부를 비디오 판독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포수가 정확히 언제부터 홈을 막았는지, 송구를 받기 위한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는지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판독 번복률이 가장 높은 유형이기도 하다.
규칙 도입 후 달라진 포수의 수비 방식과 위치

홈충돌 방지 규칙 이후 포수의 수비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과거에는 포수가 홈플레이트 정면에 떡 버티고 공을 기다렸다면, 지금은 주루 라인 안쪽(경기장 쪽)으로 비켜서서 공을 받은 뒤 홈으로 이동해 태그한다.
이 과정에서 태그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예전이었다면 아웃이었을 주자가 세이프 되는 경우가 늘었다. 그래서 3루 코치가 "홈으로 들어와!"라고 적극적으로 팔을 돌리는 장면이 더 많아진 것이다.
위의 움짤에서 보듯이 홈플레이트 경로를 전혀 막고 있지 않다. 주루 경로가 보장되어있는 것이다.
홈충돌 방지 규칙 자주 묻는 질문 (Q&A)
Q1. 포수가 태그했는데 왜 득점이 인정되나요?
포수가 공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자의 진로를 막았기 때문이다. 홈충돌 방지 규칙에 의해 포수의 진로방해가 인정되면, 태그 타이밍과 상관없이 주자의 득점이 인정된다.
Q2. 홈충돌 방지 규칙은 언제 도입됐나요?
MLB는 2014년 시즌부터, KBO는 2016년 시즌부터 적용됐다. 2011년 버스터 포지의 부상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어 만들어진 규칙이다.
Q3. 주자도 포수를 들이받으면 안 되나요?
안 된다. 주자가 슬라이딩 없이 의도적으로 포수에게 몸을 부딪히면 주자가 아웃된다. 포수 보호와 주자 보호, 양쪽 모두를 위한 규칙이다.
Q4. 포수가 공을 갖고 있으면 홈을 막아도 되나요?
가능하다. 다만 무릎, 정강이 보호대, 팔꿈치 등 단단한 부위로 불필요하게 주자를 가로막는 것은 금지다. 공을 갖고 있어도 최소한의 접촉으로 태그해야 한다.
Q5. 버스터 포지는 이 부상 이후 어떻게 됐나요?
2012년에 복귀해 타율 .336 내셔널리그 타격왕, MVP, 올해의 재기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화려하게 돌아왔다. 이후 3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2021년 은퇴 후 현재 자이언츠 사장직을 맡고 있다.
마치며: 규칙은 누군가의 부상에서 만들어진다
"분명히 아웃인데 왜 득점이야?"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선수의 안전이다.
레이 포시의 부러진 어깨, 버스터 포지의 부러진 발목. 야구 역사에서 수많은 포수들이 홈플레이트 위에서 치명적인 부상을 당했다. 그 아픔이 쌓여서 결국 규칙이 바뀌었다. 야구의 규칙은 누군가의 부상 위에 세워진 것이다.
다음에 SSG 랜더스 경기를 볼 때 홈태그 플레이가 나오면, 포수의 위치를 한 번 봐주시길. 과거라면 홈플레이트 정면에 떡 버티고 있었을 포수가, 지금은 경기장 안쪽으로 비켜서서 공을 받으려 한다. 그 작은 움직임의 변화 뒤에는 수십 년간의 충돌과 부상, 그리고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야구계의 결단이 담겨 있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이지만, 규칙은 사람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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