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9명이 하는 스포츠다. 그런데 프로야구 중계를 보면 10명이 타석에 들어선다. 투수가 타석에 서지 않고, 대신 타격만 전담하는 선수가 타석에 선다. 이게 바로 지명타자(DH, Designated Hitter) 제도다.
야린이(야구 어린이, 야구 초보) 분들이 가장 헷갈려하는 제도 중 하나가 이 지명타자다. "왜 투수는 타석에 안 서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설명하기 쉽지 않다.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것일수록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수비를 하지 않는 선수가 있다. 그 선수는 타격만 한다. 뭐하는 사람일까? 지명타자가 뭔지, 왜 생겼는지, 오타니 룰은 또 뭔지, KBO와 인천 야구의 DH 에피소드까지 한 번에 정리한다.

지명타자(DH)란 무엇인가: 수비 없이 타격만 하는 10번째 선수
야구의 기본 구조는 수비 9명 = 타격 9명이다. 수비를 하는 9명의 선수가 그대로 타석에 들어선다. 투수도 자기 타순이 오면 방망이를 들고 타석에 선다.
그런데 지명타자 제도가 적용되면, 투수 타순에 수비를 하지 않고 타격만 전담하는 선수가 대신 들어선다. 결과적으로 수비 9명 + 타격 전담 1명 = 10명이 경기에 참여하는 셈이다.
왜 이런 제도를 만들었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투수는 공을 던지는 게 본업이지, 타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교야구에서는 에이스가 4번 타자?
그런데 고교야구나 아마추어 야구를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지명타자 제도 없이 9명이 경기한다. 그러다 보니 그 팀의 에이스가 투수이면서 동시에 4번 타자인 경우가 많다. 운동 잘하는 아이가 공도 잘 던지고, 타격도 잘하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하지만 프로에 오면 상황이 달라진다. 투수는 투구에만 전념해야 하고, 타격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실제로 프로 투수들의 타격 성적은 대부분 처참하다. 투수가 타석에 서면 거의 자동 아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차라리 타격 잘하는 선수를 대신 세우자"는 발상에서 지명타자가 탄생한 것이다.
지명타자 제도의 역사와 리그별 차이: 투고타저가 만든 변화

1973년 메이저리그(MLB) 아메리칸리그 최초 도입
야구에 처음부터 지명타자가 있었던 건 아니다.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투수가 타석에 서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1960~70년대, 투고타저(투수가 강하고 타자가 약한 현상)가 극심해지면서 경기가 지루해졌다.
관중이 줄고 야구 인기가 떨어지자 MLB는 "공격력을 높여서 경기를 재미있게 만들자"는 취지로 1973년 아메리칸리그(AL)에서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했다. 구단주 투표 8대 4로 가결됐다.
세계 최초의 지명타자는 1973년 4월 6일, 뉴욕 양키스의 론 블롬버그다.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서 최초로 DH로 타석에 섰다.
한일 프로야구 지명타자 도입 역사 (KBO, NPB 센트럴리그)
재미있는 점은, 같은 나라 안에서도 리그마다 DH 적용이 달랐다는 것이다.
| 리그 | DH 도입 시기 | 비고 |
|---|---|---|
| MLB 아메리칸리그 | 1973년 | 세계 최초 DH 도입 |
| MLB 내셔널리그 | 2022년 | 2020년 코로나 한시적 도입 후 정식 도입 |
| 일본 퍼시픽리그 | 1975년 | 아메리칸리그 영향 |
| 일본 센트럴리그 | 2027년 도입 확정 | 세계 마지막 DH 미적용 프로리그였음 |
| KBO 리그 | 1982년 (원년부터) | 프로야구 출범과 동시 적용 |
미국에서는 아메리칸리그만 DH를 쓰고, 내셔널리그는 투수가 직접 타석에 섰다. 그래서 과거 LA 다저스에서 뛰던 박찬호나 류현진이 타석에 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셔널리그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 시즌에 한시적으로 DH를 도입했고, 2022년부터 정식으로 DH를 채택했다.
과거 투수가 타석에 서던 시절에는 투수 타석에 대타를 썼다가 수비 위치를 통째로 바꾸는 '더블 스위치' 같은 복잡한 작전이 많았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지명타자가 도입되면서 이런 아날로그적인 수싸움은 사라지고, 타격전 중심의 야구로 트렌드가 바뀌었다. 긍정적인 건 공격형 중심의 흥미가 더해졌지만 아쉬운건 수싸움이 조금 줄어든 부분이다. 둘다 야구의 매력중에 하나이다.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퍼시픽리그는 1975년부터 DH를 썼지만, 센트럴리그는 "투수도 타석에 서야 진짜 야구"라며 전통을 고수했다. 그런데 결국 2025년 8월 4일, 센트럴리그도 2027년부터 DH 도입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고교야구와 대학야구까지 DH를 도입하겠다고 하니 더 이상 버틸 명분이 없었던 것이다.
이로써 2027년부터는 전 세계 모든 주요 프로야구 리그가 지명타자 제도를 적용하게 된다. 야구 역사에서 "투수가 타석에 서는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린 셈이다.
오타니 룰: 오타니 쇼헤이가 바꾼 야구 규칙
지구의 야구 규칙중 지명타자제도는 오타니 쇼헤이의 등장 전과 후로 나뉜다.
아래 정말 길게 써있는 설명문이 있는데 간단하다. 투수로 출전한 오타니가 타순에서는 포지션을 투수라고 표기하지 않고, 지명타자라고 표기해야한다는 말이다. 지명타자로 표기안하고 투수로 표기하면, 그날의 경기는 투수들이 타석에 들어서게 된다는 것이다.

지명타자 제도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온 인물이다.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다.
오타니는 투수이면서 동시에 타자인 "이도류(二刀流)" 선수다. 기존 규칙에서는 선발 투수가 DH로도 출전할 경우, 마운드에서 교체되면 DH 자격도 함께 소멸됐다. 즉 투수로 5이닝만 던지고 내려오면 타석에도 설 수 없었다.
이건 오타니 같은 선수에게 너무 아까운 규칙이었다. 그래서 MLB는 2022년부터 "오타니 룰"을 도입했다. 핵심은 간단하다.
"선발 투수가 마운드에서 강판되더라도, 지명타자로는 계속 경기에 뛸 수 있다."
이 규칙 덕분에 오타니는 선발 투수로 7이닝을 던진 뒤에도 DH로 남아 타석에 계속 설 수 있게 됐다. 일본 퍼시픽리그와 WBC도 2023년부터 이 규정을 도입했다.
한국 KBO 리그는 오타니 룰을 도입했을까?
한편 우리나라 KBO 리그는 아직 오타니 룰을 도입하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시대 흐름에 맞춰 DH 제도를 유연하게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투수와 타자 모두 재능이 뛰어난 유망주가 "한국에서는 투타 겸업이 어렵다"며 미국 진출을 선택하는 사례도 있어, "제2의 오타니를 꿈꾸는 유망주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BO 지명타자 관련 흥미로운 에피소드
KBO는 원년(1982년)부터 DH 적용
한국 프로야구 KBO 리그는 1982년 출범과 동시에 지명타자 제도를 적용했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리그별로 나눠 적용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전 경기에 DH를 적용한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 지명타자 제도가 처음 적용된 것은 프로야구 이전이다. 1978년 백호기 대회에서 처음 사용됐고, 1979년 실업야구에서 전면 도입됐다. 프로야구는 이미 검증된 제도를 자연스럽게 이어받은 셈이다.
KBO 역대 최다 DH 골든글러브 수상자는?
KBO에서 지명타자 포지션 골든글러브를 가장 많이 수상한 선수는 김기태, 양준혁, 홍성흔이 각각 4회로 공동 1위다.
역대 최고의 지명타자: 에드가 마르티네즈

MLB 역사에서 역대 최고의 지명타자로 꼽히는 선수는 시애틀 매리너스의 에드가 마르티네즈다. 통산 타율 .312, 통산 309홈런을 기록한 그는 DH라는 포지션의 가치를 증명한 인물이다. MLB의 "올해의 최우수 지명타자"에 주어지는 상의 이름 자체가 "에드가 마르티네즈 어워드"일 정도다.
그런데 에드가 마르티네즈의 명예의 전당 입성은 순탄치 않았다. "DH는 수비를 하지 않으니 명예의 전당 자격이 있는가?"라는 논쟁이 수년간 이어졌다. 결국 2019년, 자격 유지 마지막 해(10수 끝)에 85.4%의 득표율로 간신히 입성했다. DH의 가치에 대한 야구계의 긴 논쟁이 이 한 사례에 압축되어 있다.
그렇다. 그래서 위의 이미지를 보면 오타니 쇼헤이가 지명타자상을 수상했다는 이야기인데 상의 이름이 에드가 마르티네즈 상이라고 적혀있다.
지명타자(DH)는 고정된 포지션일까? 베테랑 타자의 수명 연장
선수들은 누구나 본래 포지션이 있지만, 컨디션 관리나 부상 회복 시 DH로 출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선수가 DH로 나올 때는 "오늘은 타격에만 집중하겠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또한 DH 제도가 없었다면 베테랑 타자들의 선수 생명은 훨씬 짧았을 것이다. 수비 부담 없이 타격만 할 수 있기에, 나이가 들어 수비 능력이 떨어진 베테랑들도 DH로 타석에 설 수 있다. KBO에서 DH는 "베테랑의 마지막 무대"이기도 한 셈이다.

예외적으로 홍성흔 선수같은 경우, 기존에 포수 포지션이었는데 당시 김경문 감독의 눈에 들어 포수를 버리고 타격에만 집중했다. 그러면서 타격능력이 엄청나게 올라왔었다. 다른 포지션의 경험이 없어서 지명타자를 많이했다.
간혹 이대호선수가 마지막에 지명타자로 출전을 많이하면서 DH라고 적힌걸 본적이 있을텐데 대호의 줄인말이 아니다. Designated Hitter의 줄임말임을 명심해야한다.
야구 지명타자(DH) 자주 묻는 질문 총정리 (Q&A)
Q1. 지명타자(DH)란 무엇인가요?
수비를 하지 않고 타격만 전담하는 선수다. 투수 대신 타석에 들어서며, 수비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수비 9명 + DH 1명 = 10명이 경기에 참여한다.
Q2. 언제, 어디서 처음 도입됐나요?
1973년 미국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에서 처음 도입됐다. 세계 최초의 지명타자는 뉴욕 양키스의 론 블롬버그(1973년 4월 6일)다. 타격력을 높히고 투수의 부상을 줄이기 위해 시작되었다.
Q3. 오타니 룰이 뭔가요?
선발 투수가 마운드에서 강판되더라도 DH로 계속 경기에 뛸 수 있게 한 규칙이다. 오타니 쇼헤이처럼 투타를 겸하는 선수를 위해 2022년 MLB에서 도입됐다. KBO에는 아직 미도입 상태다.
Q4. KBO는 언제부터 DH를 사용했나요?
1982년 프로야구 원년부터 적용했다.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처음부터 전 경기에 DH를 적용했다.
Q5. 왜 투수는 타석에 서지 않나요?
프로 수준에서 투수의 타격 능력은 일반 타자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투수가 타석에 서면 거의 자동 아웃에 가깝기 때문에, 경기의 재미와 공격력을 높이기 위해 타격 전담 선수(DH)가 대신 서게 됐다.
마치며: 2027년, 전 세계가 DH 시대로
1973년 아메리칸리그에서 시작된 지명타자 제도는,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야구의 규칙과 문화를 바꿔왔다. 일본 센트럴리그까지 2027년 도입을 확정하면서 "투수가 타석에 서는 야구"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오타니 쇼헤이의 등장은 DH 제도에 또 한 번의 변화를 가져왔다. "DH는 타격만 하는 자리"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투수이면서 DH"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KBO에서도 오타니 룰 도입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니,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이도류 선수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야구는 9명이 하는 스포츠다. 하지만 지명타자가 있는 야구는 10명이 함께하는 스포츠다. 그 한 명의 차이가 야구를 더 재미있게, 더 다이나믹하게 만들었다. 야린이 분들도 이제 DH가 뭔지 아셨을 테니, 다음 중계 때 라인업 표에서 "DH"를 찾아보시길. 그 한 자리에 50년의 역사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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